위기의 지역건설산업, 지속가능한 활성화 정책 제안
목차
- 서론: 지역경제의 버팀목, 건설산업의 위기와 정책 전환의 필요성
- 지역건설산업 현황 및 문제점 심층 분석
- 핵심 정책 제안: 지역 주도 인프라 개발을 통한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
- 결론: 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건설산업으로
서론: 지역경제의 버팀목, 건설산업의 위기와 정책 전환의 필요성
건설산업은 단순한 주택 공급과 사회기반시설(SOC) 구축을 넘어,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동력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종시에서 13.3%에 달하며, 서울(3.3%)과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제조업과 함께 경제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특히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크고, 전후방 산업 연관성을 통해 막대한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2022 지역건설산업 통계 발간).
그러나 현재 한국의 건설산업, 특히 지역 건설산업은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KDI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지적하듯, 건설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KDI 경제동향 2025. 6), 여기에 더해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 그리고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주택 적체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매일경제, 2025.03.18). 이러한 위기는 자본력과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 중소 건설업체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지역 고용 불안과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이나 부양책을 넘어, 지역건설산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본 제안서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국책 사업 의존에서 벗어나 '지역 주도 인프라 개발'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지역 경제와 건설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지역건설산업 현황 및 문제점 심층 분석
지역건설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표면적인 경기 순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이고 다층적인 원인에 기인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현실 진단과 구조적 취약점 분석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로 보는 지역건설산업의 현실
성장률 둔화 및 투자 위축
최근 건설투자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건설투자는 GDP 성장률을 0.4%p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분기별 성장기여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건설동향브리핑 제992호). 특히 2025년 1분기에는 건설업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대구(-24.3%), 전남(-24.0%) 등 지방의 타격이 극심했으며, 이는 2023년 건설 수주 급감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현실화된 결과다(중앙일보, 2025.06.26). 이러한 투자 위축은 지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고용 불안정성 심화
통계청의 '2023년 건설업조사'에 따르면 전체 건설업 종사자 수는 181만 명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통계청 건설업조사 결과). 그러나 고용의 질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2024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결과, '종합건설업' 취업자는 8만 명, '건물건설업' 취업자는 8만 6천 명 감소하는 등 핵심 분야에서 고용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이는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용직 중심의 안정적인 일자리보다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를 시사하며, 고용의 질적 악화와 불안정성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지방 간 불균형 심화
건설산업의 위기는 지역별로 비대칭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4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통계에 따르면, 계약액은 수도권이 47조 3천억 원을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은 27조 8천억 원에 그쳐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준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더 큰 문제는 리스크의 지방 편중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미분양 주택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적체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이 지속될 경우 PF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인베스트조선, 2025.05.28). 이처럼 일감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미분양과 PF 부실 등 핵심 리스크는 지방에 전가되는 구조적 불균형은 지역건설산업의 생존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지방에 공급되었으나 수요 부진으로 미분양 리스크에 직면한 현대식 아파트 단지
지역건설산업의 구조적 취약점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유동성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급등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건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자재 가격은 35.6%나 급등했으며, 이는 공사비 증가로 직결되어 건설사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건설경제, 2024.02.07). 특히 자금력과 협상력이 약한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은 급등한 원자재 비용을 공사비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적자 시공을 감수하거나 최악의 경우 공사를 중단하는 사태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공사 품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다.
부동산 PF 의존도 및 금융 리스크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PF는 한국 건설산업의 가장 큰 뇌관으로 떠올랐다. 특히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대출 부실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지역 중소 건설사들은 자금 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동아일보, 2024.05.13). 과거와 달리, 현재의 위기는 원자재 가격 급등, 민간 건축 물량 실종, 공공 SOC 사업 축소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중앙일보, 2025.05.13).
기술 및 인력 격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스마트 기술 활용 능력에 달려있다. 그러나 BIM(빌딩 정보 모델링), 모듈러 공법, 드론을 활용한 공정 관리 등 스마트 건설 기술은 대부분 수도권 대형 건설사 위주로 도입되고 있으며, 지역 중소 건설사들은 기술 투자 여력 부족과 정보 부재로 뒤처지고 있다(Goover 리포트). 여기에 더해,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숙련 기능 인력 부족과 인력 고령화는 지역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2022년 기준 약 21만 명의 내국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으며(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건설업체의 시공 품질과 생산성 저하, 나아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이다.

숙련 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지역 건설 현장의 모습
핵심 정책 제안: 지역 주도 인프라 개발을 통한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
정책 목표: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SOC 사업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중장기 인프라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를 극대화하여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세부 정책 방안 1: '지역 맞춤형 인프라 포트폴리오' 구축 및 예산 지원
실행 방안: 현재의 건설 정책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나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같은 거대 담론에 집중되어, 지역의 실질적인 필요와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교통, 물류, 문화, 복지, 환경 등 지역의 장기 발전 전략과 연계된 '중소규모 인프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발굴하고, 5개년 단위의 실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 도로·철도 건설을 넘어 노후 산업단지 재생, 스마트 물류 허브 구축, 지역 특화 문화관광 시설 확충,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 사업 다각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내에 '지역 인프라 활성화 계정'을 신설하고, 지자체가 제출한 계획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여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2025년 업무계획에서 밝힌 '8대 경제·생활권 중심의 국토 균형발전' 기조와도 일치한다(국토교통부 2025년 업무계획).
기대 효과: 이 정책은 대형 국책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여부에 따라 지역 건설 경기가 좌우되는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 지역의 필요에 기반한 중소규모 사업들이 꾸준히 발주됨으로써, 지역 건설업체들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지역 건설업체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규모의 공사 발주를 확대하여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역 맞춤형 인프라 사업을 통해 재생될 수 있는 노후 주거 및 산업 공간
세부 정책 방안 2: 지역 건설업체 수주 확대를 위한 '지역의무공동도급' 제도 강화
실행 방안: 지역에서 발주된 공사를 지역 업체가 수행하는 것은 지역 경제 선순환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역외 대형 건설사가 지역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지역의무공동도급' 제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역 업체의 의무 참여 비율(현재 통상 40% 내외)을 상향 조정하고,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 공사의 금액 기준을 하향 조정하여 더 많은 공사에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 특히, 앞서 제안한 '지역 맞춤형 인프라 포트폴리오' 사업에 대해서는 지역업체 참여 비율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정책 간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지역 업체가 단순 하도급이나 시공 참여에 그치지 않고 사업 기획, 설계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컨소시엄 우대 제도'를 도입하여 고부가가치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대 효과: 이 제도의 강화는 공사대금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소비되고 재투자되는 선순환 경제 구조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2022 지역건설산업 통계). 또한, 지역 업체가 다양한 공공 공사에 참여하며 시공 실적(Track Record)을 꾸준히 축적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향상시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세부 정책 방안 3: 공공 주도 '지역 인프라 펀드' 조성 및 금융 지원
실행 방안: 민간 부동산 경기의 변동성과 PF 리스크는 지역 건설 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외부 요인이다. 이러한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담보하기 위해 공공 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등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가칭) '지역 인프라 활성화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펀드는 민간 자금 유치가 어려운 지역의 필수 공공시설이나 기반시설 사업에 안정적인 재원을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건설업체들을 위해, 공공이 신용을 보강하는 '인프라 건설 전용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이 펀드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
기대 효과: 공공 주도 펀드는 민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때 지역 건설 시장의 급격한 붕괴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PF 부실과 같은 금융 리스크가 지역 중소 건설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 이들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 줌으로써 안정적인 기업 경영과 공사 수행을 지원한다. 이는 금융 안정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인프라가 중단 없이 공급되도록 보장하는 공익적 효과도 크다.
세부 정책 방안 4: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 및 인력 양성을 위한 '지역 거점 지원센터' 설립
실행 방안: 수도권과의 기술 격차와 인력난은 지역 건설업체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누어 주요 거점 도시에 '(가칭) 스마트 건설 기술 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이 센터는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BIM, 드론, 모듈러 공법 등 최신 스마트 건설 기술에 대한 교육과 현장 컨설팅을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지역 대학의 건축·토목 관련 학과와 연계하여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졸업생과 지역 업체를 연결하는 채용 연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 기술 도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나 장비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법인세 감면 등 세제 및 금융 혜택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기대 효과: 지원센터 설립은 수도권 대형사와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건설업체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혁신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통해 청년 인력들이 지역 건설업계를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젊고 유능한 인재의 유입을 촉진하고 심각한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지역 건설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이다.

드론과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여 공정을 관리하는 스마트 건설 현장
결론: 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건설산업으로
정책 제안 핵심 요약
- 본 제안은 단기적 부양책을 넘어, '지역 주도 인프라 계획'을 중심으로 지역 건설산업의 구조적 체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지역 맞춤형 인프라 포트폴리오 구축, ▲지역의무공동도급 제도 강화, ▲공공 주도 인프라 펀드 조성, ▲스마트 기술 지원센터 설립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책 패키지로서, 동시 추진될 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역건설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산업 분야의 어려움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붕괴와 국가 균형발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지금까지의 중앙정부 주도, 대규모 사업 위주의 정책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민간 경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지역 업체의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본 제안서에서 제시한 정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 처방을 넘어, 지역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앙정부는 예산과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과 미래 비전에 맞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발굴하며, 지역 건설업체는 기술 혁신과 역량 강화에 매진하는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설산업을 더 이상 단순한 토목·건축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의 공간을 재창조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역과 건설산업이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