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페이스북을 켜면, 유튜브를 열면, 온통 AI 관련 광고다. "ChatGPT로 월 1000만원!", "AI 무료 특강!", "전자책 단돈 9,900원!" 화면을 가득 메운 현란한 썸네일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을 넘어 혐오감이 밀려온다. 건설현장에서 30년을 굴러온 사람이 이 정도인데, 정년을 앞두거나 은퇴 후 새로운 전기를 찾아 헤매는 이들은 오죽할까.
교묘한 수법
이들의 수법은 교묘하다. 무료 채팅방에 초대하고, 무료 강좌를 미끼로 던진다. 처음엔 친절하다. "AI 몰라도 됩니다", "60대도 쉽게 배웁니다"라며 문턱을 낮춘다. 그러다 슬그머니 유료 강의를 권하고, 전자책 구매를 유도하고, 심화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수십만원짜리 패키지를 내민다.
젊은이들이 주축이다. 20대, 30대 초반의 그들은 ChatGPT가 나온 지 채 3년도 안 된 시점에 벌써 '전문가'를 자처한다. 얄팍한 지식으로 무장한 채 나이 든 세대의 불안을 먹이 삼아 배를 불린다.

사유하지 않는 천박함
요즘 디지털 공간을 장악한 이 얄팍한 장사치들을 보면 사유하지 않는 천박함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한다. 이들에게 지식은 깊이가 아니라 속도다. 축적이 아니라 포장이다. 한 달 배운 것을 마치 십 년 연구한 양 내놓고, 유튜브로 주워들은 정보를 체계적 강의인 양 판다.
현장에서 도면을 읽고, 구조계산을 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수십 년 쌓인 경험과 실패, 그 위에 세워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AI는 다른가? 프롬프트 몇 개 외우고, 툴 몇 개 만져본 것으로 강사가 되고 전문가가 된다. 이것이 이 시대가 용인하는 전문성의 기준인가?

불안을 파는 사람들
더 기가 막힌 것은 타겟이다. 이들은 디지털에 늦게 뛰어든 사람들, 변화에 뒤처질까 불안한 중장년층을 노린다. "지금 안 하면 도태됩니다", "AI 모르면 10년 후 일자리 없습니다"라며 공포 마케팅을 일삼는다.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배우고 싶은 순수한 열망을 이용한다.
경박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들이 무분별하게 날뛰는 동안, 정작 진지하게 공부하고 제대로 가르치려는 이들의 목소리는 묻힌다.

시스템의 문제
물론 모든 젊은 강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진정성 있게 배우고 나누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조회수와 클릭이 곧 수익이 되는 구조에서, 깊이보다 자극이, 본질보다 포장이 우선된다. 알고리즘은 현란한 썸네일과 과장된 제목에 보상을 준다. 묵묵히 제대로 가르치는 이보다 요란하게 파는 이가 더 많이 번다.
광고를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지식을 파는가, 불안을 파는가?' 대답은 명백하다. 불안이다. AI를 몰라서가 아니라, 뒤처질까 봐 두려운 마음. 그 마음을 건드려 지갑을 연다. 9,900원짜리 전자책은 그저 미끼일 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AI를 가르치겠다는 이들부터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 지식의 깊이, 교육자로서의 책임, 무엇보다 배우는 이에 대한 존중. 이것이 없이 강의를 판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장사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덕목이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부끄러움, 배우는 이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부끄러움, 얄팍한 지식을 두텁게 포장하는 부끄러움.
디지털 공간의 장사치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부끄러움을 아는가?

예능이 된 지식
화면을 끄며 씁쓸함이 남는다. 온 나라가 예능에 빠져 있다. 지식도 예능이 되고, 교육도 쇼가 되었다. 깊이는 지루함이 되고, 성실함은 바보짓이 되었다. 클릭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파는 동안, 정작 AI의 본질은 외면된다.
AI는 도구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사용자의 깊이에 달렸다. 프롬프트 몇 개 외운다고, 툴 몇 개 만진다고 AI를 안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망치를 쥐고 목수가 된 줄 아는 것과 같다.

진짜 실력의 무게
나는 건설 현장에서 배웠다. 진짜 실력은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요란하지 않다는 것을. 묵묵히 쌓이고, 조용히 깊어진다는 것을. 하나의 씨앗을 커다란 나무로 자라게 하는 것은 재주도 아니고 영감도 아니다. 오직 용기다.
그 용기를 가진 이들이 디지털 공간에도 필요하다. 광고 도배로 주목받기보다, 진정성으로 신뢰받는 이들. 빠른 수익보다 오래가는 가치를 선택하는 이들. 그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이 혐오스러운 광고의 범람도 잦아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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